콜린_PM팀 리더로서 인터뷰

2025-01-09

짬뽕잡탕 이력의 PM팀 리더, 콜린과의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넥스트키친의 대표이시자, PM팀의 리더를 맡고 계신 만큼 콜린에 대해서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콜린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고, 왜 창업을 하셨나요?

보기에 따라 이력이 짬뽕잡탕인 것 같아요. 직장 기준 단순 나열하면 5년간 삼성전자 해외영업으로 시작해서 MBA를 다녀온 후 맥킨지와 베인에서 6년간 컨설턴트로 일을 하다가 창업한 지 10년 되었다는 단순한 스토리인데요, 다른 관점에서 보면 밸런스 있는 경험을 한 것 같아서 늘 감사해요. 초등학교 중학교는 영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는 한국에서, MBA는 미국에서 다녔으니 동서양에서 대략 반반씩 교육 받은 셈이고, 직장도 절반 가량은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들과 보냈습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일은 비즈니스 쪽에서 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 vs. 외국계 프로페셔널펌을 다녔고, 그러면서 다른 회사 20여군데를 컨설팅 프로젝트 차 간접 체험해 보았고, 급기야 계획에 없던 사업도 하게 되었고(초창기엔 그냥 ‘주스가게’…였으니 자영업도 경험한 셈..), 답답하게 느껴졌던 환경에서부터, 스스로 초라해질 정도로 나보다 똑똑하고 잘하는 사람들도 다양하게 접해 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의 대부분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매번 가슴 뛰는(이라고 쓰고 무모할 수 있는) 선택들을 했습니다. 당시 남들이 보면 전혀 영리하지 못한 선택도 있었고 남들이 다 취하는 이득을 취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돌이켜보면 사업도 헛웃음 나오도록 대책 없이 시작했습니다. 사회에 첫 발 뗄 때부터 지금까지 운이 대단히 좋았다고 할 수 밖에요.

저를 어렸을 때부터 안 사람들이 저를 평할 때 (쓸데없이?)‘정의롭다’, ‘인본주의’ 이런 표현 많이 써 주는데, 무모하고 영리하지 못한 선택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옳지 못하게 돌아가는 일을 참지 못하는 편이고, 날개를 펴지 못하는 인재들을 보면 너무 아깝고, 굳이 안 받아도 될 고통을 받는 조직을 보면 안타깝고, 누군가 소수의 편의를 위해 발생되는 비효율도 싫어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학교도 직장도 이런 경우가 너무 많이 보이는거에요. 그리고 이런 게 결국 고스란히 회사 퍼포먼스로 연결된다는 점이 아주 강한 흥미와 미션을 제게 주었던 것 같아요. 제가 ‘전략을 잘못 짜서 문제가 되는 경우보다, 그 전략의 의도대로 (조직이슈 때문에)충분히 실행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라고 종종 말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 근본 원인을 파고파고 내려가면 결국 인사와 조직문화였어요.

그래서 ‘가고 싶은 회사가 딱히 없어서 창업을 했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진짜 그렇습니다. 이미 커버린 조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처음부터 안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게 낫겠다고 (순진하게스리...)생각했었고, 안 그렇게 해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미션으로 삼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래 걸리고 어려운 걸지는 당시에는 몰랐고, 회사에 늘 이슈나 불완전한 것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걸 내가 직접 손대고 개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게 매일 저에게 힘을 줍니다. 다행인건 이 미션은 제가 지난 10년간 한 번도 꺾인 적이 없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생기는 본능적 동기라는 점입니다.

왜 하필 식품 산업이냐 하면, 일단 먹고 마시는 건 애초부터 관심이 대단~~히 많았고, 컨설턴트 본능과 겹치다보니 그 산업을 들여다 보게 됐고, 우리 생활에 필수적이면서도 선진 경영이 아직 침투하지 못해 변화의 가능성이 높은(그간 변화가 별로 없었던) 영역이자,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안 들어간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늘 비슷한 사람들만 갔던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뭔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습니다.


Q2. 지금 PM팀의 리더로서 일을 하면서, 이전 커리어에서 활용되고 있는 점은 무엇이고, 새롭게 배우는 영역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전 커리어의 모든 게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해봤으니 저거에 도움이 되고, 저걸 해봤으니 이거에 도움이 되고 이렇게 1:1 매칭하는 건 정답 찾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건데, 실제로는 모든 경험들의 ‘connecting the dot’ 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억지로 연결을 지어 보자면, 우리 회사 PM에게 요구되는 기획력과 이를 위한 판단력/의사결정력/논리적사고 같은 것은 컨설팅 회사에서 기초를 배웠고, 외부에 나가 일단 부딪히고 전투적으로 ‘싸워야’ 하는 건 해외영업할 때(정말 전투적이었고 그에 맞는 결과를 냈어요) 많이 체화한 것 같고, 웬만해서 동요하지 않는 담력과 회복탄력성은 사업하면서 강해진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의 PM에게는 생각과 서술의 논리력, 당시 상황에 맞는 순간 판단력과 근거 있는 의사결정,  폭넓은 솔루션 스페이스를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력, 무한 오너십, 숫자를 바탕으로 한 사고, 이런 기초 역량들을 일반적 직장보다 훨씬 강하게 푸시하고 있습니다. 해가 지나면서 팀의 수준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 계속 기준을 더 높이고 있어요. 모든 일잘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내공은 기술적 스킬보다도 위에 말한 것들이기 때문이고 이게 곧 ‘사무직 궁극의 전문성’이라 믿기 때문이에요. 이건 단순히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해 본 사람/조직이 인위적으로 푸시를 해야만 배울 수 있습니다. 좋은 컨설팅 회사 출신들이 대체로 어디 가도 기본 이상은 하는 이유도 이걸 가진 사람들을 뽑아서 더 훈련시켰기 때문이고요. 경험이 길다고 잘하는 것 아니고, 꼭 식품을 해봐야 식품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표이면서 동시에 PM팀 리더를 맡게 되었을 때 가장 중요했던 건 “낄끼빠빠”를 빨리 깨우치는 것이었어요. 대표이기 때문에 경영진 차원의 숲도 봐야 하지만, 저와 연차 차이가 많이 나는 실무들과 맞붙어 일할 땐 나무나 때론 풀한포기까지 보러 깊이 들어갈 건 들어가야 하고, 그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필수 지식은 빨리 학습하거나 아니면 빠져줘야 했고, 내가 결정해 줄 것과 알아서 하도록 맡길 건 맡기는 판단, 맡겼을 때의 리스크 판단, 팀의 진화에 따른 적절한 업무 분담과 챌린지의 수준 등등을 계속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갔어야 했는데요, 이건 과거 어느 특정 경험과 연관 짓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여전히 어렵습니다.

PM팀의 리더로서 새롭게 배우는 영역의 대부분은, 어떤 영역이건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근본까지 다다랐을 때 얻게 되는 깨달음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PM팀의 특성상 회사의 가장 선봉으로서 져야 하는 책임이 있고, PM팀이 뛰는 속도만큼 회사가 뛴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팀에 주어야 할 절대적인 신뢰가 중요한데요, 이걸 위해서 무엇을 잘 해야 하는 지를 매년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PM들의 업무와, 그걸 잘 하려면 무엇을 잘해야 하는 지, 시장의 PM/MD Pool과 비교해서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 지/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각자 쟁쟁한 곳에서 일하다 오신 경험들이 자극과 배움을 줍니다.


Q3. 최근에 MD팀을 PM팀으로 명칭을 바꾸고 R&R을 재정비하셨어요. 특별히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나요?

최강 MD를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 회사의 PM에게는 시중의 MD들보다 남다른 부분을 점점 더 강조하고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우리 회사가 차별화 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MD’라는 명칭이 기존 멤버들에게도, 채용을 할 때도 포지션에 대한 선입견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MD의 꽃은 유통 대기업이라고 인식되어 왔는데, 그러다 보니 나머지는 막말로 거길 못 가서 어쩔 수 없이 다니는 2nd tier 같은 느낌인 거에요. 게다가 유통사도 아니고 제조사로도 분류되지 않는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서의 MD를 ‘커리어상 애매하다’고 표현한 분도 있었습니다. 일반적 관점에선 그럴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저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제 커리어를 걸고 자신합니다. 이걸 거짓말을 하거나 깊이 고민하지 않고 표어처럼 외치기만 한다면 제가 현재 우리 팀, 앞으로 모실 팀원들을 기만하는 게 될 거에요. 우리 회사의 핵심 성공 요인이 여기에 걸려 있기 때문에 정말 진지합니다. 유통사도 못하고 대기업도 못하고 제조사도 못하는 걸 우리가 ‘아주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팀은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아예 이름부터 PM으로 바꾸고, 이 팀에서의 일잘러의 정의를 새롭게 써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배경의 에이스 직장인들이 일류 컨설팅 회사를 거치며 탈바꿈하는 것과 같은 기회를 이 MD 업계에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그게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이 될 겁니다.

MD=머천다이징인데, 현재 우리 팀에서 머천다이징 업무는 여러 일 중 일부에 해당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모든 개별 상품의 기획과 출시는 각기 다른 프로젝트로서 어느 하나도 똑같지 않은데요 이 과정에서 넥스트키친이라는 회사 자체가 하나의 PM(Product Manager 또는 Project Manager)역할을 하도록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즉 유통사, 브랜드사, 제조사 그 외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중심에서 프로젝트를 되게 만들고 Thought leadership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걸 PM팀이 선봉에 서서 똑똑하게 리드할 수 있어야 해요.

현재 우리 팀은 상품운영전략파트와 신상품전략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서 개인 별 담당상품도 기획 및 운영하는 형태인데요, 당장의 필요와 앞으로 더 발전시키길 희망하는 기초 역량을 염두에 둔 구조입니다. 그래서 작년까지 PM팀에서 시간을 정말 많이 쓰던 월말 정산업무를 전부 타 부서로 이관했고, 손이 많이 가던 작업들을 계속 내부 ERP로 자동화 시켜가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가고 있습니다. 


Q4. 리더로서, 팀원들을 성장시키고 함께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주력하시는 게 무엇인가요?

각자가 가진 기초 역량의 한계를 최대한 끌어내 보려고 계속 시도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강점/재능과 보완점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요. 질문이나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답을 드리기도 하고, 생각해 보십사 숙제를 드리기도 하는데 이 밸런스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팀원들이 서로를, 리더를, 타 팀을, 회사를 신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올인해서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 차원에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가 명확하고, 이게 나와 회사를 모두 위한 것이다는 것에 공감이 가고, 장기간 일관되게 반복증명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잡생각이나 고민 없이 더 안심하고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자주 쓰는 표현으로, "직원의 보호는 친한 동료가 해 주는 게 아니라 회사가 합니다" 인데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몰입한다면 그에 대한 안전망도 회사가 쳐 놓을 테니 안심하라는 의미입니다. 회사/상사의 부당함을 동료들의 도움과 위안으로 버티는 경우 많잖아요. 우리 회사에서 그런 상황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예컨데 다들 많이 하시겠지만 저희도 활발한 1:1 피드백을 요구하는데요, 만약 상대가 피드백에 방어적으로/감정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여러분이 할 것에 충실하게 하시면, 방어적인 태도는 인사제도가 책임지겠다' 입니다. 바람직한 심리적 안전감은 무조건적인 직원 감싸기에서 오는 게 아니라, 동료 간에 & 회사와 정정당당하고 투명한 Give & Take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의 의중을 추측하는데 쓰는 노력도 최대한 더 없애고 싶습니다. 제가 한 말이 전부이고 숨겨진 의중은 없고, 그래도 궁금하면 반드시 질문을 하시라고 요청 드립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가감 없이 명확하게 드리고자 노력합니다. 설령 얼굴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커진다는 걸 반복 경험했어요. 

끝으로 사람보다 시스템을 믿고 의존하고 보완해 가자고 합니다. 그래야 윗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나 분위기가 휙휙 바뀌지 않고 조직 전체적 안정감이 생깁니다. 


Q5 MD 직무는 상품의 매출을 담당하는 만큼 매출을 KPI로 설정하고 쪼는 것이 일반적인데, 왜 KPI설정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셨나요?

이것 관련해서 엄청 길게 글을 쓴 적이 있는데 ㅎㅎ 요약을 하면,

  1. 회사의 최대 매출과 수익이라는 큰 가이드(사실상 단일 KPI) 안에서 각자 이에 부합하는 세부 목표도 스스로 정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으면 합니다. 실제로 목표라는 건 살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 역량을 미리 갖추어 놓아야 리더가 되었을 때 그렇게 일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찍어주는 목표를 이유도 모른 채 경쟁적으로 달성하는 구조는 기형적인 인재와 리더를 키워낸다고 생각합니다. / 실제로 매월 다른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추가하고 없애기도 하며, 과하게 잡힌 목표를 줄이기도 하고 적게 잡힌 목표를 더 멀리 가져다 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 매출’이라고 하지 않고 ‘예상 최대 매출’이라고 부릅니다. 가끔 정말 그런 ‘목표’가 필요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2. 내 상품의 매출/수익에만 집착하지 않고 전사적 매출/수익으로 자꾸 시야를 넓히기 바라기 때문입니다. 소위 'P&L을 온전히 책임져 봤는가'는 시니어 임원급들에게 해당되는 요구조건인데요. 전 그걸 가급적 일찍부터 경험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리더로서의 성장과 팀워크를 위해서는 내 것만 잘한다고 회사가 잘 되거나 내 자리가 보전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인지해야 하고, 단순히 내 제품의 손익이 아니라 전사 영업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관리해 보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에요.
  3. 결과보다 과정을 집중적으로 챌린지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과정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전력을 다했다면, 결과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치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고, 그 최대치가 곧 목표가 됩니다. 미리 정해 놓은 숫자가 아니고요. 배움은 과정에 대한 챌린지를 통해서 나오지, 매출 달성 여부를 칭찬하거나 ‘혼내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개인도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4. 매출 달성에는 많은 외부 요인과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 사람만의 능력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매출 달성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건 그 사람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대한 온전한 평가가 되지 않습니다.
  5. 이 방식이 처음에는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그래서 과거에 불평도 많이 들었습니다) 팀원의 수준과 역량이 성장할수록 시너지가 납니다. 그리고 팀원에게/팀원 간 이것에 대한 신뢰가 생길수록 자율성을 더 높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Q6. 넥스트키친 PM팀 분들을 보면 본인 업무를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게 느껴지는데, KPI로 쪼지 않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애초에 타고 나기를 뭐든 열심히 하는 분들을 채용한 것 같고요 ㅎㅎ 잘하고 싶어하고, Extra mile을 마다하지 않고, 내가 바틀넥이 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분들이 모인 덕분입니다.

앞선 질문에 언급한 KPI로 쪼지 않는 이유에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이 모인 것 같습니다. 이유를 모르는 탑-다운 목표 안에서 일희일비하던 환경에서 벗어나, 전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과 목표를 함께 세우면서 과정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우리 회사의 취지에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회사의 매출/주요비용/영업이익을 모두 공개하고 여기에 PM팀의 업무가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보여드린 후 직접 관리하시도록 했습니다. PM팀의 상품운영전략 파트에서 매일 이번 달 예상 영업이익을 업데이트하고 이걸 최대치로 달성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구조인데요, 나, 우리팀의 매출 수익이 아니라 전사의 매출/수익에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효용성과 모두 한 배를 탔다는 메시지를 드리고자 했습니다.


Q7. 식품회사 경험이 없고, MD를 해보지 않은 분이어도 문제해결 역량이 있는 분이라면 저희는 환영하는데요, 정작 그분들은 ‘식품MD 경험이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분들도 넥스트키친에 오셔서 성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근거가 있을까요?

지난 10년을 해보니, 사실  MD직무의 대부분의 업무는 일반적인 사무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MD 직무를 평가절하 하는 게 아니라, 똑똑한 분이 와서 열심히 배우면 꽤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경험이 중요한 부분들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대체로 유관 경험은 빠른 적응에 도움은 될 뿐, 이후의 퍼포먼스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걸 반복해서 학습했습니다. 그래서 ‘MD 전문성’을 정의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MD를 오래 했다거나, 한 제품/카테고리를 깊이 팠다고 꼭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우리 회사의 규모가 아직 엄청나게 깊은 경험이 있어야 하는 스테이지도 아닙니다. 미래에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요.

지금은, 넥스트키친에서 강조하는 공통역량 - 논리력, 판단력, 실행력, 의사소통능력, 의사결정력 같은 기초 역량을 잘 갖춘 잠재력이 있는 분들로 회사를 채워서 매 순간의 합리적 판단과 실행력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훨씬 중요한 스테이지라고 믿고, 이 역량이 있다면 식품/MD 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잘 하실 수 있는 시기입니다.

우리 회사의 큰 강점이자 밝은 미래를 뜻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가 인당 연매출액인데요, 현재 인당 10억이 넘었고, 20억까지도 가 보려고 합니다. 전통적 식품업계에 이런 회사는 없어요. 그러려면 전통적인 일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회사의 절대적 경쟁력이자,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구성원들은 상응하는 업계 최고 그 이상의 보상을 받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Q8. 마지막으로, 복지도 구성원들에게 꽤 중요한 요소인데요, 대표로서 복지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 중점을 두고 계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냉정하게 말하면 회사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거나 높이거나 and/or 현재 및 미래에 꼭 필요한 인재들의 이탈을 방지하거나 and/or 현재 및 미래에 꼭 필요한 인재들의 채용에 도움이 되거나. 의 관점에서 필요 최소한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스테이지, 경쟁 환경, 트렌드의 변화, 구성원 Pool의 변화에 따라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과거 어느 때에 우리 팀원들의 연봉이 시장가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던 시절엔, 금전성 복지를 드릴 여력이 있으면 모두 연봉을 올리는 데에 쓰겠다고 말씀드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지라는 것은 단순히 현재의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한 ‘계산적인’ 의도 외에 회사의 인본주의적 관점에서의 철학과 가치가 포함된 종합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모든 인사 정책은 ‘철저한 니즈 베이스’에서 시작하고자 하는데요, 매 건마다 이게 없어서 생기는 문제와, 이걸 도입해서 정말 뭐가 좋아지는지를, 위의 관점에서 최대한 구체적이고 깊이 논의해 보려고 합니다. 대부분 한 번 도입하면 거두기 힘든 고정비 성격이기 때문에 막연하게 좋아 보여서 도입하는 건 조심해야 하고, 대표가 통 크다고 좋은 소리 듣고 싶어서라거나, 일부의 볼멘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처방처럼 도입하는 것도 지양해야 하고요. 정성/정량적 ROI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여느 경영적 결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팀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는데요, 단지 복지가 좋아서 회사에 남아 있고 싶게 만드는 복지는 조직 발전에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복지는 심리적인 만족감과, 타사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클 경우 상대적 비교 또는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섬세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결론적으로 복지는 대부분의 경영적 판단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미래지향적으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주려는 고민이 깊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