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나가는 회사들의 HR_원티드 HR컨퍼런스를 다녀와서

인사팀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인사팀은 입사할 때 1번, 퇴사할 때 1번 만난다고들 합니다. 기업의 대표나 리더가 입버릇처럼 ‘인사가 만사'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만 왠지 ‘뒷전'이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매 순간 성장을 증명해야만 비로소 생존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인사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한편 이해는 가고요. 마케팅을 우선하든 인사를 우선하든 CEO의 선택이겠습니다. 다만 조직문화가 중심이 되는 HR은 창업의 시작인 Day1부터 선택하지 않으면, 뒷전으로 두면 둘수록 투자효과는 떨어질 수 있음은 명심해야겠습니다.      

지난 1월 26일(금)에 HR테크기업 [원티드]의 주최로 코엑스에서 열린 [Wanted con. HR 2023 하이파이브]에 다녀왔습니다. 1,800장의 티켓이 금세 동나서 운영 방침을 조정하는 공지 메일이 수 차례 왔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습을 드러내니 주최측도 많이 당황한 모양입니다. 1시간전에 현장에 도착한 저도,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테크기업의 HR담당자 다 모였네요.”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인파와 열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2-30대가 대부분인 이번 HR컨퍼런스는 시사합니다. ‘회사에서 2번 만나는 인사팀’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음을 말이죠.



6시간동안 24명의 연사가 24개의 흥미로운 HR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이날의 행사는, 왠지 그럴것만 같았는데 드러나지 않아 실감하지 못했던 ‘HR필드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우아한형제들, 토스, 오늘의집, 넥슨코리아, 쏘카, 라인+의 6개 강연에 참여했습니다. 6명이 팀을 이뤄 나눠 참석한 덕분에 듣지 못한 강연의 후기도 짤막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종합하여 컨퍼런스를 요약하며, 소위말해 요즘 잘 나가는 회사들의 HR 인사이트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ra of Anomie by 넥슨코리아

 

대 이직의 시대라는 말이 나옵니다. 잡코리아에서 남녀 직장인 4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중 8명이 이직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개발자 위주였던 연봉 인상 경쟁이 전 직군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큰 투자를 받아 총알이 넉넉해진 스타트업이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입니다. 취업전쟁의 한편에는 그보다 더 치열한 인재 쟁탈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막론하므로 앞으로도 인재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HR이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역동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4가지의 배경 요인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XMZ세대의 공존입니다. 오늘 출근하신 오피스를 한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한 공간에 X세대, MZ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을 것입니다. SNL코리아의 [MZ오피스]는 요즘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오피스에서 경험해봤거나 해봄직한 에피소드라서 매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세대간의 공존은 있었으나 X,M,Z세대의 행동양식은 과거와 달리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사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사직은 고사하고 명퇴조차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MZ오피스]에서 M또는 X세대로 보이는 개그맨 김원훈씨는 사직서를 늘 양복 안 주머니에 넣고 회사를 다니며 욱 할때마다 사직서로 손이 갑니다. 한편 Z세대 사이에서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정해진 업무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조용한 사직' 문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직' 하나에도 세대간의 생각과 행동양식은 극단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이렇듯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 오피스에서 위태로운 파티션 하나를 경계로 두고 모여 일합니다. 

두번째는 Covid19입니다. 팬데믹으로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전세계 모든 인구가 한날 한시에 겪었습니다. 지리한 사회적 합의를 단숨에 건너뛰고 회사는 생존을 위해 재택과 온라인 근무환경을 도입해야했습니다. 3년이 지나 엔데믹에 이른 지금, 그 성과를 받아든 회사의 결정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해보니 좋구나'와 ‘조금더 천천히'입니다. 업의 특성에 따른 변수가 있으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재택근무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에 들어섰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게는 비대면이 더 효율적이고 익숙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님 문화’입니다. 스타트업이 주도한 ‘님 문화’는 이제 전통적 대기업에서도 쉽게 볼수 있는 하나의 근무 문화가 되었습니다. 수직적 조직문화에서는 의사결정의 권한과 범위를 소수의 관리자/경영자가 나눠 쥐고 있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모든 구성원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됩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입니다. 내가 어디까지 해야하고 어떤 결정까지 내려야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목적 중심의 조직에서 누구나 회사 내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가정에서 의사결정권을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다면 조직의 창의성과 퍼포먼스는 매우 높아집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이 가정을 현실화하는 단계는 Chaos 그 자체죠.

네번째는 형평과 공정입니다. 최근의 대선은 그 어느때보다 ‘공정'이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특혜에 얼룩진 선거와 정치가 MZ세대를 관통하면서 이들은 ‘공정과 형평'에 더 날카로운 검열의 칼을 갖다댑니다. 회사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투명한 평가와 공정한 보상은 ‘노력하겠습니다’가 아니라 필수로 제도화해야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Enabling, not controlling by LINE+

위 네가지의 배경에서 오늘날 보여지는 HR의 큰 흐름은 ‘규율에서 자율로의 변화'입니다. Enabling, not Controlling은 비단 라인+의 핵심가치만은 아닐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 즉 그들만의 조직문화를 초기부터 셋팅하며 비즈니스로써도 증명한 회사들의 공통적인 조직 작동 원리는 ‘자율과 책임'입니다. 이러한 실험과 증명의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렇게 해서 될까'에서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로 바뀌는 경계에 와있습니다. 경계에 있는 이유는, 알아도 바꾸기 어려운 것이 조직문화이기 때문입니다. 김조또 과장님 대신 Jay라고 부른다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게 아님을 우리도 대표님도 잘 압니다. 규정을 만들고 다스리는 것은 쉽습니다. 회사에서 법카를 나눠주며 “스스로 판단하여 목적에 맞게 사용해주세요.” 라고 하면 당장은 좋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자신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혼란에 빠집니다. ‘미팅을 가서 잠깐 시간이 비었는데 법카로 커피를 마셔도 되나?’, ‘팀 결속을 위해 회식을 하는데 얼마까지 쓸 수 있지?’ 등등 돈을 쓸때마다 자기 검열을 해야합니다. 차라리 기준을 만드는게 편하겠다는 읍소가 나올법도 합니다. 개인의 판단이 모두 옳을 수 없고 또한 모두 같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남용할 위험성도 존재하죠. “왜 자율적인 법카 사용 방식을 유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콜린의 대답이 귀에 남습니다. “개인마다 다르게 쓸수 있습니다만, 쓰면서 한번 씩은 목적을 생각해볼 것 같아요.” 무엇이 회사에 기여하는 행동인지 스스로 ‘계속' 판단해본다면 개인의 방식에 맞으면서 회사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가정과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규정은 개인의 ‘사고할 필요’를 차단합니다. 생각하지 않고 정해진 룰대로 움직이는데 익숙해지면, 개인 그 자체로 회사에 고유하게 기여하는 다양성이 훼손되며 개인마다 잠재된 역량이 빛을 발할 기회를 잃습니다. 규율에서 자율로의 변화, 이 고난의 과정에서 회사가 얻는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신뢰'입니다. 회사 내 쌓인 신뢰 자산은 비용을 낮추고 매출을 높이는 무형의, 강력한 자산이 됩니다. 초기 재택을 도입하는 회사의 가장 큰 허들은 ‘집에서 일 제대로 할까?’라는 의심입니다. 이는 비단 기성세대만 품는 의심은 아닙니다. 야근을 하는 팀원을 보며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갖는 것은 세대를 막론하고 아직도 소위 먹히는 방법입니다. 눈에 보여야 믿기 쉽죠. 라인+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3년간 하이브리드 근무형태를 실험했고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완전 선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나오든 집에서 하든 원하는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22년 말 현재 라인+는 리모트 비율이 전직원의 80%에 이르고 40%는 회사에 한번도 출근하지 않는 100%리모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3년간의 실험을 설문을 했을 때 90%의 리더는 하이브리드 근무방식의 계속 유지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모트 환경과 신뢰자산으로 인해 라인+는 오피스 없이도 전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One size fits all

강연마다 QnA세션이 이어졌습니다. 대략 대여섯개의 질문이 있었는데요. 하나의 동일한 현상이 있습니다. 질문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고 답은 대부분 질문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예를들면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조직문화는 회사의 성장 단계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해보이는데요. 초기 스타트업은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우리 회사의 상황은 현재 지구상의 회사 수만큼 다를 것입니다. HR, 특히 조직문화는 회사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예상되는 모든 경영활동과 복잡한 가치사슬로 엮어 있습니다. 현시점의 HR을 똑 떼어내, 다른 회사의 그럴듯한 방법을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식한다해도 탈이 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강연자의 답변은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One size fits all, 우리 회사에 맞는 방식은 단 하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답으로 가는 단초를 제공할 고객은 모두 내부에 있습니다. 회사의 구성원이죠. 외부로부터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것보다 내부로부터 지금보다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이날 확인한 24개의 HR이야기가 저마다 달랐던 이유입니다. Era of anomie를 공유하기 때문에 방향성은 유사합니다. 다만 실행 전술이 문화로 정착 되는 과정은 어느 회사도 같지 않았습니다.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인사팀에서 근로규정을 설계하면 피플팀에서 조직에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텍스트 소통에서 존중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2천명의 슬랙창에 어울리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비대면 근무환경에서 심리적 연결을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고객(구성원)의 Pain Point가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하고 유효한 질문을 던져 실행하는 것이죠. 티타임/런치비 지원, 사내소식 영상 콘텐츠, 잡담이 경쟁력이다(슬로건)와 같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접근이 우아한형제들만의 문화로 자리잡은 이유는 현재의 needs base에서 출발하여 그들의 문화적 유산인 ‘위트'를 입히는 우아한형제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HR팀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VOC를 듣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주 만날수록 회사는 건강해질 수 있음을 24명의 연사로부터 확인했습니다. 강연자인 우아한형제들 피플팀의 나하나님은 한 때 구성원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매일 7명의 생일을 챙겼다고 합니다. 쏘카의 CTO 류석문님에게 한 참석자가 질문했습니다. “처음 부임한 후 조직원과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셨나요?” 그의 답은 거창할 것 없는 ‘Over Communication’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모든 회사는 같은 Era of Anomie를 공유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잘 나가는 회사들이 HR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Enabling, not Controlling입니다.
아쉽게도 One size fits all, 정답은 없습니다. 
다행히도 고객이 내부에 있습니다. 철저히 Needs base에서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